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물품들 (예 - 스마트폰, 노트북, 의류, 자동차)은 직접 만지며 사용하게 됩니다. 어떠한 표면은 거칠고, 또 어떠한 표면은 매끄럽고 광택이 나기도 합니다. 어떠한 표면은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히는 발수성(소수성)을 지니기도, 반대로 물에 쉽게 젖는 친수성을 지니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특성은 바로 소재 표면의 물리적 형태와 화학적 성질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표면은 가공경화층, 산화층, 오염흡착층 등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표면조도(roughness) 및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가공한 패턴이 존재하므로, 그 특성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표면의 여러가지 변수를 제어한다면, 기계요소의 중요한 품질(신뢰성, 수명, 광학적 특성, 전기적 특성, 내마모성, 친/소수성 등)을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면에 대한 연구, 개발은 많은 선진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Tribology(트라이볼로지)는 표면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기계, 화학적 거동을 다루는 학문으로서 그리스어 "τρίβω" (문지르다 라는 뜻) 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Tribology는 일반적으로 윤활, 마찰, 마모(마멸)를 아우르는 분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찰을 저감하여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가장 오래된 Tribology 기술의 기록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례는 이집트 벽화에 남겨진 거대한 석상을 옮기는 장면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수많은 이집트 노동자가 거대한 석상에 줄을 매달아 끌고 가는 모습이 그려지며 석상의 위에 선 사람이 석상의 이동경로에 액체를 뿌려 윤활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Tribology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계요소의 작동을 원활하게 하고, 마찰 및 마모를 저감시켜 에너지 소모 및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 하며, 표면에 기능성을 부여하여 독특한 기계적 성질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 역시 Tribology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1960년대 영국의 과학자 Jost에 따르면 Tribology 문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국민총생산량의 수%에 이른다고 하였으며, 많은 연구자들의 후속연구에서도 Tribology 분야가 갖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규명되어 왔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연료의 에너지를 100으로 가정할 때, 실제 엔진에서의 출력은 30%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 에너지는 마찰 등에 의하여 소산됩니다. 또한 기계시스템의 성능저하는 동적요소의 마모가 원인이 되며 이러한 마찰 및 마모문제는 에너지의 과도한 소모, 진동 및 소음의 발생, 공차의 설계범위 초과에 따른 성능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다시 말해 Tribology적 문제는 곧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직결되며 경제적, 환경적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ribology 는 3E, Energy(에너지), Efficiency(효율)), Environment(환경)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학문이며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입니다.
표면의 영향은 크기가 작은 물체일수록 더 크게, 지배적으로 나타납니다. 보통의 동적 기계요소 (예 - 기어, 베어링 등)가 장시간 사용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로는 대체로 마모의 발생과 그에 따른 마찰력 및 에너지 소비 증가를 들 수 있습니다. 약간의 마찰력 증가는, 여유로운 구동력의 범위와 기계요소 자체가 갖는 관성에 의하여 충분히 극복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이 다소 감소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 작동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나노 스케일의 기계요소의 경우, 부피에 비하여 급격하게 증가한 표면적의 비율에 의하여 stiction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결과적으로는 작동불능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매크로 스케일과는 다르게 기계요소의 질량과 시스템의 구동력은 매우 작아, stiction을 이겨낼 충분한 조건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마이크로-나노 스케일 에서는 표면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표면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마이크로-나노 스케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표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특성을 지니는 기능성 표면을 설계, 제작하여 기계요소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주된 연구 목표라고 하겠습니다.